가난, 그것은 힘들지만 나를 강하게 만드는 채찍이다
아침이면 쌀이 없어 끓인 밍밍한 누룽지로 배를 채우고 학교까지 1시간을 걸었다. 강남 8학군의 화려한 교실 안에서 나의 현실은 늘 겉돌았다. 우등생이자 학급 반장이었지만, 내 가방 속 육성회비 봉투의 납부 확인란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그 빈칸은 가난의 낙인이었고, 어린 내게는 세상 무엇보다 무거운 수치심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그 육성회비를 누가 먼저 낼 것인가를 두고 형제들과 아픈 다툼을 벌여야 했다. 우리의 절박한 현실엔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는 술에 취해 무정한 뒷모습만을 보였다. 너무도 견디기 힘든 짙은 우울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반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난의 무게에 짓눌려 고개를 숙이는 대신 오기를 품었다. 옷차림이나 부모의 재력으로 나를 깎아내리려는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그들을 ‘실력’이라는 가장 명확하고 잔인한 무기로 제압했다.
그 결과, 나를 무시하거나 천대했던 아이들은 사라졌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 친해지고 싶은 모범생”으로 온전히 인정받았다. 돈이 없어 잃어버릴 뻔했던 나의 존엄을, 나는 악착같은 공부와 실력으로 되찾아 온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가난은 내게 가혹한 형벌이었지만, 그 지독한 결핍과 우울은 나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더 빠르고 독하게 달리게 만드는 서슬 퍼런 채찍이었다.
답글 남기기